모모 책 소개와 서평
1973년에 나온 미하엘 엔데의 환상적인 이야기 [모모]를 읽으며, 저는 모모라는 동명의 노래가 연상이 되었습니다. 제 아이가 무척 재미있게 여러 번 읽었다고 해서 부담 없는 초등 고학년용 동화책 수준으로 보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는 내내 이것은 아이를 위하는 것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다양하고 신기한 장면을 스스로 상상하게 만드는 굉장한 동화였고, 어른들에게는 시간의 소중함과 메마른 감정에서 잠시라도 벗어나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라는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모모는 어른들의 눈에는 그저 집 없는 외롭고 헐벗은 소녀에 불과했지만, 그 아이는 사람들과 둘러싼 모든 생명에게 안정감과 행복감을 전해주는 아이였습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어떤 일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모모에게 가보라고 권하기까지 했습니다. 아이들도 모모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가며 즐겁게 하루를 놀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도시화가 진행되고 서서히 회색 신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어른 친구들과 아이들은 모모와 함께 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책은 모모가 다시 친구들과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까지의 모험이 담겨있습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어른이 되면서부터 시간은 돈이며,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목표를 위해 절제하며 견디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저로써는 이야기에 나오는 회색 신사와 계약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저와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사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일을 위해 가족이나 친구, 자기 자신에게까지 시간을 베풀고 나누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하고, 몸과 마음 모두를 힘들게 버티며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시간 즉, 일외의 다른 시간을 아끼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들의 삶 또한 점점 줄어들어갈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요.
시간은 소중한 금과 같습니다. 그 귀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값진 삶이 되기도 하고, 담배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속의 어른들은 효율적으로 일만 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며칠 또는 몇 달이 그냥 휙 지나가버린 것 같아 무척 바쁘면서도 허무해합니다. 현실 속의 우리들도 자주 비슷한 말을 합니다. 우리의 가슴속에 삶이 깃들여 있으려면 그들의 시간 속에 삶이 녹아있어야 합니다.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하지만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가슴이 쿵쿵 뛰고 있는 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1970년대나 2014년을 사는 지금이나 눈멀고 귀먹은 가슴들이 많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동화책을 읽으며 감동받기는 참 오래간만이었습니다.
책 속의 이야기 중 시간의 꽃에 대한 부분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매 순간 피어나는 아름다운 시간의 꽃, 피고 지고 피고 지는 매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시간의 꽃과 같다는 상상을 하며, 제 시간도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시간임을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이 순간부터 사는 동안 시간을 더 행복하게 쓰며 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고 늘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 회색 신사의 캐릭터는 정말 독특했습니다. 모두 대머리에 말쑥한 회색 양복 정장과 회색 사무용 가방을 가지고 다니고 중절모를 쓴 모습은 명화에서 자주 볼 수 있고, 미국 드라마 프린지에서도 등장을 합니다. 그곳에서도 시간에 관련된 능력을 가진 집단으로 나옵니다. 미드 프린지를 보신 분은 기억에 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모모! 초등 고학년부터 어른까지 강력하게 추천하는 정말 좋은 책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안 읽어보셨다면 꼭 읽어보세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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