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동물기 - 조선 선비들 눈에 비친 동물,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세상
책 소개와 서평
모처럼만에 아주 독특한 책을 소개합니다. 조선 동물기라는 책은 도서관에 신간안내에서 발견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정말 여러 가지의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특이한 점은 조선시대의 선비들의 눈에 비친 동물의 모습과 생태 관찰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현대의 동물학자가 해설을 곁들여 옳고 그름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대학원 박사과정중 우리 고전 속의 동물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성호 이익의 세상 만물 새로 보기에 자문을 하며 더 깊게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런 재미난 책을 김홍식 씨와 같이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많은 고전들을 읽으며 동물 이야기만 신기하게 쏙쏙 빼서 재미나게 해설했는지 저자의 노력이 대단함을 읽는 내내 느끼게 합니다
과거 중국의 고 서적들, 예를 들면 춘추시대 말기 제나라 수공업 기술의 규범을 기록한 책인 고공기,명나라때의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 중국의 가장 오래된 지리서인 산해경, 명나라의 백과사전 삼재도회, 가장 오래된 경전 중 하나인 서경, 중국 최초의 문자 책인 설문 해지 춘추시대의 민요가 취함된 시경, 공자가 지은 예경, 당나라 때 희한한 이야기를 모은 유양잡조,고전의 문자의 뜻과 유의어를 해설한 이아, 유명한 도가 사상자 장자의 이름을 딴 고전 장자, 주나라 때의 유교 경전 주례, 유교 3경의 하나인 역경, 공자가 지은 춘추, 후한시대의 한서 등의 책에서 각종 동물에 관한 글이 나와있습니다.
조선의 선비들은 위에 소개된 중국의 다양한 서적들을 읽으며 중국의 문자인 한자로 표기된 동물과 조류, 그리고 곤충 과 어패류에 대해 직접 관찰하고 연구하였습니다. 똑같은 동물이 이 책에서는 갑이다 저책에서는 을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당시 조선에서 인식하는 동물과 정말 같은 종인지를 연구한 결과를 우리 조상들은 여러 가지 책으로 남겼습니다. 조선 전기의 어숙권이 지은 고사촬요와 패관잡기, 조선 후기의 김려의 담정 총서, 박제가의 북학의, 조선 숙종 때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 조선 선조 때 유성룡의 시문집 서애집,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조선 전기의 성현이 쓴 용재총화, 조선 후기 이유원의 임하필기, 조선 중기 이덕형의 죽창한화, 조선 중기 이수광의 지봉유설, 조선 후기 성대중의 청성잡기, 조선 후기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조선 전기의 이륙의 청파극담에서 이런 관찰들을 살펴볼 수가 있습니다.
역사시간에 귀로 슬쩍 듣고 넘어갔던 성호사설같은 책이 나오는 것도 신기하고, 유교만 공부한 게 아닌 조선 선비들의 다양한 과학적 연구 관찰이 재미있었습니다. 벌에 대한 부분을 읽어보면 임금 벌과 정승 벌, 신하 벌이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우리가 아는 여왕벌이 임금 벌로 신하 벌이 주는 먹이를 먹으며, 벌들 사이를 순행하며 신하 벌들이 잘 살게 살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며, 일벌은 신하 벌이 되어 열심히 꽃에서 꿀을 따오고 적과 싸우는 반면 임금 벌처럼 크게 일을 하지 않지만 임금 벌의 옆에서 날아다니는 벌을 정승 벌(숫벌)이라 칭하는 게 참 재미있었습니다. 실학자 이익은 벌의 세상에서 임금과 정승과 신하가 섬기며 잘 살아가는 사회적 모습에 감동받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말은 조선시대에 중요한 동물이였기 때문에 아주 자세하게 관찰하고 먹이를 주는 방법과 사육하는 방식을 잘 적어놓았습니다. 지봉유설에서는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중국사람은 마부 없이 말을 탄다. 말을 탈 때 마부를 두면 좋지 않다. 사람이 말을 타는 것은 힘들게 걷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마부를 두면 한 사람은 쉽게 가지만 다른 사람은 힘들게 말을 끌고 가야 한다. 그리고 말은 빨리 달려야 하는데, 사람에게 늘 이끌리다 보면 그것에 적응해 빨리 달려야 할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아마 조선도 말을 이렇게 사육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사극에서 하인이 늘 말을 끌고 다녀서 중국도 그러는 줄만 알았는데, 나라의 풍토가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청성잡기라는 책에서 어미고래는 새끼를 낳을 때가 되면 반드시 미역이 많은 바다를 찾아 실컷 배를 채우는데, 그 모습을 보며 교훈을 얻어 산모가 해산 후 미역을 먹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남깁니다. 엄청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독자분들이 직접 경험해보시는 게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정말 다양한 동물의 백과사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만 찾아서 읽어봐도 되고, 저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오랫동안 끈질기게 읽어봐도 됩니다. 읽다가 어..이건 아닌데 하면 여지없이 해설에서 틀린 관찰이라는 글이 나오고, 조선시대에는 고양이 가죽으로 옷도 입었구나 같은 사실을 알게 됩니다.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동물 이야기를 조선 선비의 눈을 통해 접해보는 체험을 해보세요. 아마 책을 읽으며 웃는 경험을 많이 하실 겁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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