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지하철 시민 창작시 공모전 선정작 [여백]
2022년 4월 11일 저는 전라남도 순천시에 있는 천년 사찰인 선암사를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남쪽 지방이라 포근하고 따스한 날씨와 깨끗한 공기가 느껴지는 곳이라 몸으로 느끼는 청량함이 참 좋았습니다.
위의 사진은 그날 사찰의 마당을 찍은 것으로 깔끔하고 정리된 모습이 보기 좋고 스님들의 수고로움을 짐작하게 하였습니다.
그날 사찰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오래된 나무 의자에 한참을 앉아 오래간만에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었습니다.
고민과 걱정, 답답함과 막막함을 담고 왔기에 그곳에서의 잠깐의 휴식은 저에게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찰을 내려와서 선암사 주차장 주변에 있는 산채 식당에서 전라도의 솜씨 있는 음식으로 차려진 산채정식도 맛보았습니다. 도토리묵무침, 각종 나물과 생선구이, 그리고 삭힌 홍어와 묵은 김치 등은 밥 한 공기로는 부족함을 느낄 정도로 식욕을 자극하고 동행했던 남편과도 밥을 추가해서 든든하게 식사했습니다. 역시 전라도는 음식은 어느 고장보다 맛깔나고 다양해서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선암사의 잔잔하고 차분했던 그 풍경이 눈에 선했고, 그 여운을 시로 담았었습니다.
그 시가 바로 위에 쓴 '여백'이라는 시입니다.
여백 / 윤정선
고요한 사찰
따스한 햇살 아래
오래된 나무 의자에 앉아
찌르르 찌르르
산새의 노래에
귀 기울이네.
마음속 먹구름이
쓱쓱 지워지고
얼음처럼
맑고 텅 빈 여백이
내 가슴속을 채운다.
비우려고
여기에 왔구나.
2022년 지하철 시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수많은 분이 작품을 출품했고, 많은 전문가분의 심사를 거쳐 200여 편의 창작시가 선정되었습니다. 선정 작품 발표는 8월 말일이었고, 11월 말에야 선정 작품들을 담은 2022 지하철 시 선정작 모음집이라는 책이 집에 배송되었습니다. 글은 역시 책에 담겨야 제대로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책 속 사진을 찍어 제 지인들과 페이스북의 제 계정에도 올렸는데, 많은 분이 마음에 들어 하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이번 2022 지하철 시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품들은 내년부터 2년 동안 지하철역 안전문에 인쇄되어 전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 시가 어느 역에 전시가 될지는 12월 말쯤 따로 연락이 온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하철 창작시 공모전 신청 방법
여러분 중에도 시인으로 정식 등단을 하시지 않아도 지하철 시 공모전에 응모하실 수 있습니다. 시를 사랑하는 모든 분에게 열려있는 공모전이기도 하거든요. 일반적으로 6월에서 7월 정도에 지하철 시민 창작시 공모전 소식이 공지됩니다.
이때 공모전 내용은 "서울시 지하철 시민 창작시 공모전"을 검색하셔서 살펴보시면 됩니다.
신청은 공모전 공고가 난 후 온라인으로만 접수하며, 본인의 생년월일과 주소, 연락처, 시를 접수하시면 됩니다.
단, 시를 접수하실 때는 조건이 있습니다.
1. 제목, 성명 제외 15줄로 시가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연과 연 사이 줄 바꿈이 포함됩니다.
2. 행은 글자 사이 포함 20자가 되어야 합니다. 쉼표와 마침표는 제외합니다.
3. 한글 맞춤법이 맞아야 합니다. 여러 사이트에서 한글 맞춤법을 미리 검사 후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4. 개시 후라도 선정성, 성차별 등 부적정 민원 제시로 논란이 있는 시는 취소 및 삭제가 됩니다.
5. 1인 1 작품만 응모할 수 있습니다.
6. 게시된 작품은 2년 동안 게시되며, 별도의 원고료는 지급되지 않습니다.
7. 짝수 해 출생과 홀수 해 출생의 접수 날짜가 교대로 바뀝니다.
8. 선정된 작품은 서울시에서만 활용이 됩니다. 다른 시의 지하철에서는 전시가 되지 않습니다.
선정 작품은 선정 모음집으로 출판되어 배송되며, 전시될 서울시 지하철 역명은 연말에 개별적으로 공지가 됩니다.
평소에 시 쓰기에 관심 있으신 주변 분들에게도 알려주세요. 누구나 좋은 시를 쓰면 서울시 지하철역 안전문에 당신의 시가 전시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생로병사와 관련된 모든 감정들과 수만 가지 체험에서 느낀 감성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작품을 써보시길 바랍니다. 꼭 시도해보세요.
기분 좋은 시 한 편이 하루를 즐겁게 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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